Learning & Life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실천(10) - "독서 습관"

닥터제이 2020. 5. 23. 20:45

습관형성 항목 중에 '독서'가 있다. 꾸준한 학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독서다. 책이나 논문을 읽으며 연구하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다시 글이나 강연의 자료로 삼는 나로서 독서는 이러한 과정의 출발점이다.  나에게 정착시키는 습관 리스트에 ‘독서'가 포함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내 스스로를 돌아보니 최근 몇 년 동안 체계적으로 독서를 하지 못했다. 대학의 강단에서 학생이나 기업체의 실무자를 위한 강의 자료를 만들기 위해 전문 서적의 부분부분을 개관하고 인용하는 식의 단편적인 독서을 했다. 결과적으로, 고르게 영양분 섭취를 하지 않고 편식을 하듯, 이런 방식의 독서로 인해 내 정신적 자원은 심하게 왜곡된 영향 결핍 상태에 처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내가 역사나 인문 분야에 대해 참 무지하다는 반성을 하게 됐다.

 

사람들은 저마다 책을 읽는 방식이 있을 텐데, 나는 꼼꼼히 정독을 하는 편이다. 10여년 전에 사이토다카시의 ‘3색 볼펜 학습법'을 접하게 된 이후 책을 읽을 때는 책의 논리와 주지를 세심히 고려하며 밑줄을 그으며 읽는다. 이런 독서 방식이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중년에 들어서 연거퍼 네 번의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석박사학위 코스웍을 마치기 위해 매우 유용했던 '글 읽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자격증이나 학위 취득과 같은 구체적인 목표를 지향할 때는 나처럼 꼼꼼히 밑줄을 그으며 읽는 방법이 왕도이겠지만, 모든 책을 이렇게 읽는 접근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독서를 하는 목적을 ‘정보 습득'이 아닌 다른 범위로 확장할 경우, 굳이 밑줄을 긋지 않고 편안하게 책을 읽는 방식이 더 자연스러운 경우도 많다.

 

독서를 내 정신적 에너지 충전을 위한 다소 캐주얼한 리추얼로 실천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에, 스마트폰의 리디북스 어플을 열어 본 적이 있다. 책장 목록에는 1~2년 전에 구입해 놓고 읽다가 관두었거나 시작 조차 하지 않는 몇 권의 책이 있었다. 그 중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책, ‘걷는 사람 하정우.' 작년 여름 신문에서의 서평을 읽고 구입해서 샀는데, 이 역시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중단했던 책이다. 책만 사놓고 읽지 않았다는 자책감을 살짝 느끼며 어플의 기능을 이것저것 만지다가 책을 읽어 주는 TTS 기능을 작동해 보았다. 예전에 어플을 설치한 후에 한 두번 작동해 본적은 있지만 이 방식으로 책을 읽을 시도는 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 나는 가급적 밑줄이나 형광펜을 그으며 읽는 사람이니까. 

 

생각보다 TTS의 발음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자연스러웠다. 기본으로 세팅돼 있는 속도보다 20% 정도 높여서 1.2배속으로 들어 보니 약간의 긴장감도 느껴지고 집중력도 생기는 듯 했다.

 

‘어~ 이거 괜찮은데…!’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책을 읽는 습관 항목이 이렇게 생겼다. 지금부터 약 두 달 전의 일이다. 그 이후 두 달 동안 자전거 이동을 할 때는 이어폰을 꼽고 리디북스나 예스24이북 어플을 이용해서 책을 읽고 있다. 아니, 듣고 있다. 읽어야 할 책 목록을 MS 플래너라는 어플에 기록해 두고 가볍게 관리도 하는 중인데, 이에 대한 내 활용 방식에 대해서 다음에 별도의 기회를 통해서 공유하려고 한다.

엊그제, 실천해 왔던 습관 행동들을 중간 점검해 보았는데 지난 한달 반 정도의 기간 동안 읽었던 책의 리스트를 확인하며 내 자신도 깜짝 놀랐다. 매일매일 책을 꾸준히 듣고 있고 있었고, 자전거 타는 중 진도가 잘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이 읽었는지는 몰랐다. 무려 9권의 책을 읽었다. 책을 굳이 많이 읽으려는 욕심 없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부담 없이 들을 뿐이었는데... 

자전거로 타며 집-회사 간을 이동하는 평균 50분 동안 대략 3~40페이지를 읽는 듯 하다. 물론, 눈으로 정독을 하며 읽는 것보다는 읽는 내용의 깊이 머리에 새겨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정한 속도로 - 내가 방금 전에 읽는 내용을 다 이해했든 그렇지 않든 - 읽어 나가니 책 전체의 맥락과 흐름이 잘 잡히는 이점이 있다. 또한 들은 내용을 머리 속에 그림으로 그려 보거나 주요 키워드를 숙지하고 외우려고 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다’라는 독서 행위에 대한 부담을 많이 낮출 수 있고, 출퇴근할 때 매번 반복적으로 라이딩하게 되는 코스의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모든 독서 행위를 TTS 방식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자전거로 출퇴근 라이딩하는 시간이 더 가치있게 바뀌었다. 이는 또한 건강과 정신력을 함께 높이는 과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