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연구실 용도로 사용 중인 오피스텔이 혼자 있기에는 작지 않지만, 원룸식의 구조라서 공간 구획이 다소 불분명해 지기 쉽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2년 전에 스탠드 테이블을 작업 테이블과 소파 사이의 중간에 두어 물리적으로 공간을 다소 분리했지만(아래 사진), 이를 사용하는 내가 공간 분리의 개념을 무시하고 사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대표적인 예가 노트북과 모니터 3대가 놓여 있는 주 작업 테이블이다. 내가 하루 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테이블 앞 의자에 앉아서 원래의 작업 공간의 취지를 뛰어 넘어 인터넷 뉴스를 검색해서 읽고 유튜브나 넷플릭스도 자주 보게 됐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 작업 테이블에 음식을 가져다가 먹고, 기타 연습도 했다.
바로 등 뒤에 스탠드 테이블이 놓여 있지만,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쌓여가고, 작은 TV 수신기 역할을 하는 모니터가 놓여 있는 앞의 가변형 식탁에서는 가끔 사온 음식을 먹거나, 태블릿에 담아 놓은 책을 읽기도 했다. 한 마디로 공간이 갖는 고유의 기능이 모호해졌고, 더 큰 문제는 시간 활용의 탄력도 떨어졌다. 일을 해야 하는 곳에서는 일을, 쉴 공간에서는 쉼을, 노는 공간에서는 놀이를, 자는 공간에서는 잠을 자야 하는데 어느 특정 공간에 대한 정체성이 모호해지니 삶의 전반적인 활력과 효율이 떨어졌다.
이 상황을 비유하자면 이렇다. 대학 다닐 때, 평소에 별로 공부를 안 하더라도, 시험 기간이 되면 도서관으로 가지 않는가? 그 이유는 도서관은 ‘공부를 하는 곳'이라는 공간이 갖는 고유 특성이 갖는 공간이기에, 학생들은 시험 기간 때만이라도 도서관에 가려고 한다. 공부에 몰입하고, 공부에 방해가 되는 다른 것들을 물리적, 시간적으로 가급적 차단하고 주어진 물리적 환경의 맥락에 몸을 맡기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내 연구실 환경으로 되 돌아와서 보자. 예를 들어, 내 주 작업 테이블의 고유 특성은 무엇인가? 애초에는 내가 그 테이블을 ‘주 작업 테이블'이라고 부르고 있듯이 작업용이다. 그런데, 이 고유의 특성이 어떻게 변모했는가? 작업 공간, 쉼 터, 놀이 공간, 다이닝 테이블… 이렇게 되면 주된 목적인 작업의 능력이 오르지 않는다. 일을 조금 하다 보면 문득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가 궁금해 진다. 그러다 원래의 기능으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해 보지만, 이런 저런 잡생각이 나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나른해 지고 잠도 온다. 커피 한잔 마실까 해서 일어나서 차 한잔을 타서 테이블로 되돌아 오는 데, 문득 작업 테이블 근처에 놓여 있는 기타가 눈에 띈다. 테이블 앞에 앉아서 하도 반복적으로 많이 연주해서 더 이상 연주 실력이 늘지도 않는 곡을 몇 개 연주하다 보면 시간이 후딱이다. 무의식 중에라도 이곳이 작업 테이블 앞이라는 생각 때문에, 기타 연습도 그리 열심히 하지 않는다.
나에게 가장 의미가 있고 애착을 느끼는 내 연구실 공간의 쓰임새가 이처럼 망가져 버렸음에도 내 자신은 잘 인지하지도 못하며 매일 매일 많은 귀한 시간이 낭비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던 중, 번뜩하는 깨달음을 갖게 됐다. 클리어는 말한다.
“환경이 물건이 채워진 공간이라 생각하지 마라. 관계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라 우리가 주변 공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저자가 마치 내 공간을 직접 보며 말하는 듯 했다. 공간과 나와의 관계, 공간과 나와의 상호작용을 생각하라니! 그는 추가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마음은 습관을 집, 사무실, 체육관같이 그 행위가 일어나는 장소들에 연결한다. 각각의 장소는 특정 습관이나 일상 행위들에 연결되고 강화된다. (중략) 다행히도, 우리는 특정한 맥락에 특정한 습관을 연결시킴으로써 스스로 훈련할 수 있다.”
클리어 덕분에 나의 문제를 알게 됐다. 내가 연구실 공간과 관계는 맺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사소한 행동 때문에 공간과의 ‘잘못된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번에도 그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보기로 했다.
“전반적으로 새로운 환경에 접근하기 힘들 때는 현재의 환경을 다시 설계하거나 배치해보라.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요리하는 공간을 분리하라. 유용한 주문은 ‘한 공간에서는 한 가지 일만'이다.”
다음 편에 내가 바꾸려고 한 작은 실천에 관한 내용을 기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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