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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 Life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실천(12) - "운동"

클리어 방식의 습관 형성을 실천하며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나의 대표적인 습관은 ‘운동’이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노력을 함에도 꾸준히 실천하기가 어려운 대표적인 것을 꼽는다면 금연과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PIC-NFU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삶에 쉽게 뿌리 내리고, 잘 없애지 못하는 좋지 않은 습관은 대체로 PIC-NFU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금연의 예로 한번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담배에 길들여 지고 나면 어지간 해서는 끊기가 매우 어렵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금연을 시작해도 동료와 함께 술자리를 갖다 보면 담배가 마구 땡긴다. 며칠 동안 피고 싶은 욕구를 겨우겨우 참아왔는데, 별 것도 아닌 일로 상사의 질책을 받고 나니 회사 책상 서랍 깊숙히 넣어 둔 담배 곽을 집어 들게 된다.

 

밥 먹고 나서도 문제다. 식사 후에 간절히 원하게 되는 담배 한 까치... 애연가들은 보통 식사하고 나면 즉각 담배를 피어 문다. 담배 연기의 싸한 느낌을 입안 곳곳에 배게 하면 음식 냄새를 희석시키는 기분이 들고(물론 착각이다), 소화도 잘 되는 느낌(?)이다. 담배 피고 난 후의 심리적 만족감(positive)은 즉각적이고(immediate) 확실하다(certain). 이처럼, 담배를 피게 되는 만족감은 PIC적이다.

 

하지만,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은 자신도 잘 안다. 비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이 1% 미만인 반면, 흡연자는 확률이 30% 정도로 높아진다. 매우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많은 애연가들이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금연을 해 보겠다고 결심하지만, 한 달이 채지나지 않아 결국은 끊지 못한다.

 

담배가 가져올 수 있는 많은 유해성(negative)을 ‘당연히’ 알고 있고, 금연을 하게 되면 얻게 되는 건강 상의 이득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그럼에도 몸에 좋지 않은 담배를 끊지 못한다. 지금 당장이 아닌 아주 먼 훗날(future)의 일로 여겨진다. 게다가 옆집 할아버지를 보니 나보다 담배를 더 많이 피우시는 거 같은데 80대 중반이 넘은 지금도 여느 노인들보다 훨씬 정정해 보인다. 나 역시 담배 때문에 재수 없이 암에 걸릴 거 같지는 않다(uncertain). 이렇듯, 금연을 하려는 시도는 자주 NFU의 덫에 걸려 든다.

 

반면, 운동처럼 바람직한 행동은 어떤 경향성을 띌까?

 

누구나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안다. 하루에 30분만 걸어도 치매에 걸릴 확률이 44%이상 줄어들고, 심장마비 위험을 37%나 줄일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한다. 하지만 운동은 귀찮다, 힘들다, 싫다. 몸에 밴 땀으로 살과 옷이 끈적하니 달라 붙은 느낌이 특히나 싫다(negative).

 

매일 운동을 하는 어느 지인은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온몸이 찌뿌둥하다고 말하는데 자신은 정반대라고 생각한다. 하루만 운동을 해도(immediate) 가뜩이나 약한 체력 탓에 더 피곤하고 지쳐서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졸기일쑤다. 근력 운동을 좀 많이 한 다음 날은(immediate) 온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기껏 하루 운동했을뿐인데... 다시 운동하러 나가고 싶은 맘이 생기지 않는다.

 

겨울엔 춥고 여름에 더워서 운동하고 싶지 않다. 가령, 오늘은 날이 더워서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데, 운동한답시고 나가서 움직이면 더 피곤하고 지칠게 뻔하다(certain)고 생각한다. 운동하러 나가는 대신 에어컨 틀고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하나를 꺼내서 시원하게 목을 축이며 자위한다.

 

‘피곤한 인생 뭐 그리 오래 살겠다고... 오늘따라 맥주가 더 시원하군!’

 

이렇듯, 바람직한 행동은 실행으로 옮기는 데 있어서 NIC적으로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귀찮고 힘들고 부정적인 느낌이 즉각적이며 매우 확실하다.

이에 반해 바람직한 행동이 가져 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PFU적이다. 운동이 몸과 정신에 유익함을 많이 가져오리라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나, 그러한 긍정적인 효과(positive)는 지금 당장이 아닌 다소 먼 장래의 상황인 듯 하고(future), 몸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운동이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uncertain) 생각을 하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 한다.

 

‘아직은 젊고 아픈 데도 없는데… 그래, 뭐든 잘 먹고 잠 잘 자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면 되지 뭐. 운동은 더 나이 들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몇 년 후에 퇴직하고 나면 시간도 널럴하게 많을 테니...’

 

바람직한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 간에는 심리적 기제가 이처럼 다르다. 바람직한 행동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사람들이 결코 몰라서가 아니다. 실천 의지가 적기 때문도 아니다. 자신에게 좋게 느껴지는 것에 끌리고 싫고 어려운 것을 회피하는 행동은 당연한 본능적인 생존 전력의 일환이다. 지나치게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 역시 다소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나 마찬가지였다. 5, 6년 전까지는 기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간헐적이나마 운동을 했지만, 2년 전부터는 우측 어깨의 건염 증상을 핑계삼아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 지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작년부터 출퇴근 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하체 근력이나 심폐 기능이 다소 개선된 점이다. 

좀 더 운동을 해야한다며 맘 속에 부담만 갖고 있던 중에 읽은 클리어의 책은 운동에 대한 동기를 대폭 높여주었다. 그가 제시한 습관 형성 원리 가운데 두 가지 덕분이다. 

 

  • 분명하게 만들어라!
  • 하기 쉽게 만들어라!

먼저, ‘분명하게 만들어라’의 원칙을 적용하며, 운동을 위한 시간과 장소를 명확히 규정했다. 아침에 자전거로 출근하여 연구실에 들어가면, 바로 매트를 깔고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그런 다음 조금 후에 플랭크를 하는 것으로 세팅해 두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푸쉬-업이다. 

 

‘하기 쉽게 만들어라'의 원칙을 염두에 두며, 운동량이나 강도에 대한 욕심을 갖지 않고 시작했다. 예를 들어, 윗몸일으키기는 자세만 신경쓰며 10회부터 시작했다. 플랭크는 해 본적이 없어서 2분으로 알람을 맞추고 시작했고, 매주 10초 단위씩 늘려 나가고 있다. 푸쉬-업은 첫 날은 10회씩 두 세트를 이틀에 한번 하는 걸로 정하고 시작했다. 지금은 가슴 부위와 어깨 부위의 위치를 바꾸어 매일 할뿐만 아니라 한 세트 당 회수르 12~15회로 늘리고 세트도 3세트로 올렸다.

 

습관을 몸에 붙인 지 한 달이 됐는데, 체감되는 몸의 느낌이 매일매일 다르다. 예를 들어, 처음에 푸쉬-업 할 때는 열 번 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는데, 지금은 2, 3세트에서 다리를 소파 위에 올려서 해도 무겁지 않고 가뿐한 느낌이다. 

 

클리어 덕분에 NIC-PFU 속성을 가진 운동의 진입 장벽을 예상 외로 가볍게 훌쩍 넘어 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