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는 어릴 적 나보다 네 살 위의 형님 덕에 기타를 접했고 내가 좋아하는 유일한 취미다. 중학교 3학년부터 시작한 기타 사랑은 성인이 돼서 회사에 취직할 때까지 꾸준했다. 클래식 기타를 특히 좋아해서 수험 마지막 공부에 열중해야 할 고등학교 3학년 여름에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을 연습한다고 더운 날 방문도 열지 못하고 몰래 연습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악보만 붙잡고 지판 운지법을 암호해독하듯 떠듬거리듯 익히고 악보 암보 중심으로 연습하다 보니 실력 향상은 늘 거기서 거기인 상태로 별로 늦지 않았다.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은 나로서는 원하는 악보를 구하는 것도 과장하자면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쉽지 않았다. 원하는 악보 하나를 얻기 위해서 서점 음악 관련 코너의 기타 연주법을 설명한 도서 등을 뒤져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책을 사기도 했다.
직장 생활 이후 거의 손을 대지 못했던 기타 연습을 다시 시작한 지 1년 정도 됐다.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서 통기타 장인에게 올솔리드 기타 하나를 장만했고, 오래 동안 사용하지 않아 지판이 휜 클래식 기타도 연습용으로 적당한 것을 하나 장만했다. 역시 이번에도 독학 모드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의 척박했던 시절에 비해서 기타 연주를 배우기가 천국과 같다. 인터넷을 자료가 넘쳐나고, 카페의 관련 동아리에 가입해 놓으면 악보 외에도 연주법이나 연주 시연 영상이 흘러 넘친다. 그리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 과거에는 도저히 꿈도 꾸지 못했을 유명 기타 연주가의 연주하는 모습을 접하고, 양질의 연주 기법을 무료로 배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별 다른 녹음 장비가 없어도 자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간단히 녹화해서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도 있다.
클리어의 습관 책을 읽어 보니, 다행히 최근에 내가 기타를 연습하기 위해서 세팅해 놓은 주변 환경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클리어는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예시로 들었던 어떤 연구로서 이런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 1970년 전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 위기 즉, 석유파동 기간에 네델란드의 연구자들은 국내 소재 주택들의 에너지 사용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특이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암스텔담 인근에 소재한 몇몇 주택이 다른 이웃들에 비해서 30%나 전기를 적게 사용하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주택들에 비해서 집의 크기도 비슷했는데 말이다. 연구자들이 그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 아주 사소한 예외적인 차이점 하나를 발견했다. 바로 주택 내에 전기 사용량을 계측하는 계량기가 설치된 위치였다.
어떤 집의 계량기는 지하에 있었고 어떤 집은 현관 복도 위쪽에 있었는데, 현관 복도에 계량기가 있는 집이 전기를 덜 사용했다. 전기 사용량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더 절약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내가 기타 연습을 잘 하지 않았던 때가 이와 같았다. 기타를 연습하고 나서는 안전하게 보관한다는 취지로 기타 케이스에 넣어 두었었다. 기타를 만지기 위해서는 벽 구석에 세워져 있는 기타 케이스를 들어 바닥에 놓고, 케이스를 열어 기타를 꺼내서 어딘가가 잠시 놔두고, 케이스를 그대로 바닥에 펼쳐 놔두면 방해가 되니 케이스를 다시 접어서 세워두고 나서 기타 연습을 한다. 내가 이 과정을 글로 쓰는 데에도 많은 활자를 입력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기타를 연습할 때마다 매번 이 과정을 거쳐야 하는 나로서는 너무 귀찮은 과정이었다. 겨우 준비 과정을 끝냈을 뿐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기타가 아주 정성을 들여서 관리를 해야 하는 고급 연주형 기타도 아닌 상황에서 굳이 이런 ‘전 처리 절차’를 매번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타 스탠드를 구입해서 기타를 연주하지 않을 때도 늘 케이스 바깥에 기타를 놔 두었다.
그리고, 스탠드가 놓여 있는 위치도 눈에 쉽게 띄고 손이 가장 닿기 쉬운 곳으로 정해 두었다. 이 작은 변화는 실로 컸다. 새로운 기타 연주곡을 연습할 때 외에도, 일하다가 잠시 쉬고 싶을 때 잠깐, 외출 후에 방으로 들어오며 잠깐, 밥 먹고 나서 식곤증이 생기면 잠깐… 이 작은 잠깐의 시도가 아주 빈번해졌다. 그 시간이 어떤 때는 5분, 다른 때는 20분 일 수도 있는데, 이전에 케이스에 보관할 때는 기타를 만지기까지의 귀찮은 허들 때문에 절대 가능하지 않았다. 기타를 잡는 빈도가 많아지니 덩달아 하나의 곡을 꾸준히 연습하는 양도 늘었다.
기타 연습의 만족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습관 추적'의 방법도 적용하고 있다. MS Planner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기타 연주곡 연습의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서 관리하고 있다.
- 0단계 - To Practice: 연습해야 할 관심 곡에 대한 리스트를 기록해 둔다.
- 1단계 - Music note fingering: 기타 연습곡 1단계로서 운지법을 확인한다.
- 2단계 - Fingering memorizing: 1단계에서 확인한 운지법을 외운다.
- 3단계 - Skill up: 연주 기술을 향상하는 마지막 단계로서 악보의 조 바뀜 등 감안하여 악보를 몇 부분으로 구분하여, 해당 영역의 연주 완성도 여부를 체크한다.
이상과 같은 방법에 추가해서 동기부여를 위한 방법 하나도 강구해 두었다. 하나의 곡에 대한 연주 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이를 녹화해서 페이스북에 공유하려고 한다. 일종의 대중 앞에서의 연주이기에 목표로 하는 연주 수준도 자연스레 높아질 수 있고, 이러한 매체에 노출됐을 때 지인들의 내 기타 연주에 대한 반응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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