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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그릿 (더크워스, 2016)

지난 2016년에 출간되어 출간된지 4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의미있는 영향력을 잃지 않은 책, 그릿. 다시 책장을 들추며 내 삶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책 서문의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저자가 맥아더상을 시상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당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미처 하지 못하고 마음에만 담았던 생각을 글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는 만큼 저도 자라서 제 일을 좋아할 거예요. 저는 그냥 직업이 아니라 천직을 찾을 거예요. 매일 스스로에게 도전하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거고요, 거기가 가장 똑똑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가장 집념이 강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겁니다.”

 

이 몇 문장에 저자는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그릿'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을 잘 담고 있다. 그릿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를 의미하는 단어다. 

 

책은 그릿에 대한 대표적인 예로 하나로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의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웨스트포인트의 전형 절차는 매우 까다롭고 엄격하다. 해마다 1만 4천명 이상 지원자들 가운데, 서류 전형, 학업 및 체력 기준을 거쳐 10분의 1일 채 되지 못하는 1,200명이 입학 허가를 받는다. 이 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생도들은 그 입학 자체가 그들에게 기쁨이자 자랑일 텐데, 이들 가운데 20%는 졸업을 하지 못하고 중퇴를 하고 있다. 또한 그 중퇴자의 대다수가 첫해 여름에 실시되는 일명 ‘비스트'라고 불리는 7주간의 집중 훈련을 받는 중에 그만 둔다.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하기 위해서 2년 동안 준비를 했고, 합격의 기쁨을 누린  2달이 채 지나지 않아 그만 두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2개월 동안 프로그램은 웨스트포인트의 4년 중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훈련을 통해 ‘군인'으로 거듭 나도록 설계되었기에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정임은 틀림 없다. 미 육군에서는 ‘어떤 생도가 비스트를 통과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 다양하게 시도하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생도를 선발하는 기준인 종합전형점수도 생도의 탎락을 예측을 하지 못했다. 이 종합전형점수가 단순히 고교 시절까지의 학업 성적만을 고려하지 않은, 말 그대로 생도의  최상을 생도를 선발하기 위한 ‘종합적인' 보유 능력을 확인하려는 시도로 구성된 잣대임에도 그랬다. 이 외에도 원인 파악을 위한 다양한 접근을 했는데, 가령 특정 그림을 보여주며 연상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검사(로르샤흐 진단)와 같은 것도 있다. 하지만, 생도의 비스트 통과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으로서는 모두 다 타당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생도의 첫 해의 중도 탈락을 예견하는 유의미한 예언변인인가?

 

비스트 탈락 여부를 예견하는 가장 신뢰로운 예측 변인은 ‘그럿'이었다. 저자인 더크워스의 연구 결과, 비스트를 통과한 생도와 탈락한 생도들 간의 종합전형점수는 별 다른 차이가 없었다. 다시 말해, 비스트 통과를 위해서는 SAT 점수, 고등학교 석차, 리더십 경험, 운동 실력, 그 어느 것도 유의미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릿이었다.

더크워스는 다양한 그릿에 대한 연구를 통해, 그릿이 단지 웨스트포인트에서의 생도 탈락 만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의 ‘성취'를 잘 예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영업 직원, 교육을 많이 받게 되는 경향성,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선발 코스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 단어 철자 맞추기 대회(스펠링 비)에서의 높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는 대회 참가자에 대한 예측... 그릿은 많은 경우에 있어서 성취도를 잘 예견해 주는 변인이었다.

 

사람들은 무언가 특출한 사람들에 대해서 언급할 때 일반적으로 그들의 보유하고 있는 재능에 주목하여 그들의 탁월성을 설명한다. 이럴 때 주로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타고 났다'이다. 그런데, 더크워스는 무언가를 성취하는 데 있어서 재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열정과 결합된 끈기'임을 다양한 분야에 걸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역설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책의 내용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저술한 저자에 대해 여러 차례 감탄하게 됐다. 이 전까지 이런 류의 책들은 소위 글빨이 좋은 전문 작가가 여러 문헌을 섭렵하여 나름의 스토리라인을 구성하여 독자를 흡입시키는 류였다면, 이 책은 그릿이라는 주제를 ‘그릿'하게 연구해 온 학자가 자신이 수행해 온 연구 과정과 내용을 담고 있다. 책에 담고 있는 많은 사례에 본인이 직접 연구자로 참여하여 치열하게 탐구했기에 다른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파워가 있다. 참으로 멋지고 부럽다.